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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 그리스 로마 신화 : 클리티아
    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3. 10. 15:28

    태양신이 이끄는 마차가 세상을 밝혀주었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간통을 태양신이 최초로 목격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미의 여신과 전쟁의 남신이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본 태양신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즉시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헤파이스토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헤파이스토스는 크게 상심했고, 맡고 있던 대장장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추스른 헤파이스토스는 아내와 파렴치한 상간남에게 한 가지 복수를 계획했다.

     

    솜씨 좋은 장인들의 신이었던 헤파이스토스는 청동을 아주 가늘게 뽑아 그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뽑아낸 그물은 매우 가늘었기 때문에 신들의 눈에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는 청동 그물을 가지고 태양신이 귀띔해준 불경한 침대에 함정을 설치했다. 얼마간의 기다림 후에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또다시 정사를 나누려고 할 때, 침대에 설치된 그물이 둘을 꽁꽁 묶어버렸다. 아름다움을 주관하는 여신과 위엄 있는 전쟁의 남신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얽혀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를 기다리고 있던 헤파이스토스는 곧장 방문을 열어 많은 신들이 그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치심에 치를 떨던 아프로디테는 비밀을 폭로한 태양신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들 에로스에게 사랑을 일으키는 신비한 화살을 태양신에게 쏘라고 명령했다.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태양신은 레우코토에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페르시아 왕의 딸로서,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후 많은 여인들이 태양신에게 구애했지만 그는 오직 레우코토에만을 원했고, 다른 여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태양신은 클리티아라는 여인에게 특히 가혹했는데, 그녀는 자신을 경멸하는 태도에 크게 상심하며 괴로워했다. 레우코토에를 향한 태양신의 사랑이 어찌나 컸던지, 그가 태양마차를 제대로 몰지 못해 밤과 낮의 길이가 뒤죽박죽되는 일이 빈번했다.

     

    결국 태양신은 레우코토에의 어머니인 에우리노메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에게 접근했다. 은밀히 레우코토에의 방에 들어간 태양신은 그녀와 단둘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레우코토에는 깜짝 놀랐지만, 태양신의 광휘에 압도되어 그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클리티아의 질투는 극에 달했다. 그녀는 악의적으로 도시 전역에 소문을 퍼트렸고, 레우코토에의 아버지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레우코토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을 변호했지만, 분노에 이성을 잃은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었다. 가엾은 레우코토에는 결국 산채로 땅에 파묻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태양신은 뒤늦게 연인을 구하기 위해 땅을 파헤쳐보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생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있었다. 

     

    클리티아는 악의에 찬 방법으로 경쟁자를 없애는 데 성공했지만, 태양신의 따뜻한 광선이 그녀에게 닿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사랑에 빠진 클리티아는 점점 쇠약해졌다. 그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꼼짝않고 있다가, 태양신의 마차가 하늘을 지나갈 때만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게 아홉 번의 날이 지나자, 별안간 그녀의 사지가 땅에 달라붙더니 가느다란 풀뿌리로 겨우 지탱하는 식물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클리티아는 해바라기 꽃으로 변했지만, 이전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양신의 마차를 쫓아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