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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그리스 로마 신화 : 아라크네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6. 12. 17:29
하데스로부터 자신의 딸을 지켜낸 데메테르의 이야기는 뮤즈들이 부르는 노래를 타고 그리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 소식은 아테나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는 데메테르의 행동이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테나는 남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고, 자신도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성을 무시한 인간을 처벌한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여신은 아라크네의 최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라크네는 리디아의 변방에 살던 여인이다. 그녀는 출생지나 가문보다는 양모 짜는 기술로 유명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양털을 염색하는 평민이었고,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평민 출신이었다. 아라크네는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그녀의 기술은 리디아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많은 님프들이 아라크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산과 물에서 나와 리디아로 향했다. 모인 이들은 그녀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구름 같은 양털을 손가락으로 주무르며 가느다란 실로 뽑아내는 모습부터 바늘로 자수를 놓는 모습까지. 그들은 그녀가 틀림없이 직물의 여신인 아테나에게 배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이를 부정하며 자신보다 솜씨 좋은 자가 있다는 말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럼 여신과의 시합을 주선해봐요.
만약 내가 진다면, 그녀가 나보다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겠어요.이에 아테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파로 변신하여 지상으로 내려갔다. 노파로 변장한 여신은 먼저 그녀의 솜씨를 칭찬하며 인간 중에서는 최고의 기술자라고 인정했다. 동시에 노파는 아라크네의 오만함에 대해 경고했다. 노파는 그녀에게 자신의 무례함을 인정하고 여신에게 용서를 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라크네는 손에 쥔 실꾸러미를 떨어뜨릴 정도로 크게 분노했다. 그녀는 그런 충고는 본인 딸에게나 하라고 대꾸하며 완강하게 여신과의 대결을 고집했다.
그러자 아테나는 변장을 벗어던지고 원래의 위엄 있는 모습으로 돌아갔다. 구경하던 님프들과 여인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그녀의 신성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얼굴만 잠시 붉어졌을 뿐, 꿋꿋하게 여신과의 시합을 원했다. 아테나는 더 이상 아라크네에게 경고하지 않았고, 그녀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둘은 서로 떨어진 곳에 베틀을 설치한 뒤, 실들을 짜 넣기 시작했다. 재빠른 손들에 의하여 씨실과 날실이 로 얽히며 알록달록 아름다운 직물들이 만들어졌다.
아테나는 먼저 올림포스의 열두 신을 수놓았다. 가장 높은 곳에는 제우스가 엄숙한 모습으로 옥좌에 앉아 있었다. 이어 직물의 중앙에는 아테네를 얻기 위해 자신이 포세이돈과 경합해 승리한 이야기를 그려 넣었다. 포세이돈은 바위를 깨뜨려 소금 샘을 만들고 있었고, 맞은 편의 자신은 창끝으로 땅을 찔러 올리브 나무를 만들고 있었다. 끝으로 아테나는 네 개의 모서리에 신에게 도전한 인간들의 최후를 새겨 넣음으로써 작품을 완성시켰다.
신들의 영광으로 가득 찬 여신의 작품과는 달리, 비천한 여인의 작품에는 신들의 치부와 만행들이 가득했다. 아라크네는 가장 먼저 수소로 둔갑해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이어서 남편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관계하는 제우스, 황금 소나기로 변신하여 다나에를 취하는 제우스, 얼룩뱀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딸인 페르세포네를 범하는 제우스를 짜 넣었다. 물론 아라크네는 다른 신들의 만행도 빼놓지 않았다. 아라크네는 옷감의 테두리에 꽃들과 담쟁이덩굴이 서로 얽힌 모습을 새겨 넣으며 작품을 마무리했다.
아테네도, 그녀와 함께 있던 질투의 여신도 아라크네의 작품에서 흠을 잡을 수 없었다. 이윽고 여신은 불같이 화를 내며 신들의 범죄를 묘사한 옷감을 모조리 찢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베틀의 북을 집어서 눈앞의 불경한 여인의 이마를 서너 번 내리쳤다. 이렇게 둘의 대결은 마무리 되었지만, 이후 아라크네는 수치심에 괴로워하다 결국 스스로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
하지만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올가미에 매달려 있는 아라크네를 들어 올렸다. 여신은 신비한 약초의 즙액을 아라크네의 머리에 뿌렸다. 그러자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면서 몸 전체가 아주 작게 쪼그라들었다. 옆구리에는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돋아났고, 배에서는 하얀 실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아라크네는 오만함과 불경함의 대가로 거미가 되어 끝없이 거미줄을 짜게 되었다.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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