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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리스 로마 신화 : 헤르메스와 아글라우로스 (1)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3. 12. 30. 18:10
헤르메스는 입이 가벼운 노인을 돌로 만든 뒤, 멋진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구름을 가르며 푸른 하늘을 누비던 중, 헤르메스의 눈에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보였다. 도시의 이름은 아테네. 정의와 전쟁을 주관하는 여신 아테나의 사랑을 받아 번영을 누리던 도시였다. 마침 그날은 여신을 기리는 축제일이었는데, 호기심이 생긴 헤르메스 성대한 축제가 한창인 아테네로 들어갔다. 축제는 관습에 따라 순결한 처녀들이 순수한 성물을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아테나 여신의 성채로 가던 중이었다.
👀 헤르메스가 입이 싼 노인을 돌로 만든 이유 보러가기
아름다운 처녀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처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헤르세로 아테네의 위대한 왕 케크롭스의 세 딸 중 둘째였다. 헤르세의 아름다움은 주변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시들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헤르메스의 눈엔 오직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고, 심장에 뜨거운 총알들이 박힌 것처럼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중을 애타게 빙빙 돌던 헤르메스는 축제가 끝나자 헤르세가 사는 집으로 곧장 내려갔다. 이때 헤르메스는 아무런 변신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용모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남신의 자태를 뽐내며 케크롭스의 세 자매가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겉옷의 황금 장식들과 날개달린 신발을 과시하며 집에 들어가던 헤르메스를 맞이한 것은 세 자매 중의 막내인 아글라우로스였다. 아글라우로스는 과거에 아테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여신의 은밀한 비밀을 폭로해 아테나의 원한을 산 적 있는 교활한 여인이었다. 이런 그녀의 앞에 잘생긴 남신이 그녀의 언니를 찾자, 과거의 그 교활한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나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의 손자이자 신중의 신 제우스의 아들이오.
나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아버지의 말씀을 전달하지만,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헤르세 때문이오.
당신의 언니에게 충실하게 행동하여 나를 헤르세에게 안내하시오.헤르메스가 말을 마치자 아글라우로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헤르세를 만나는 대가로 터무니없이 많은 황금을 요구했다. 헤르메스는 많은 온유한 말들과 기도로 아글라우로스를 회유했지만 소용없었다. 아글라우로스가 완강한 표정으로 썩 꺼지라고 하자 헤르메스는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한편 이 광경을 아테나가 보고 있었는데, 여신은 정의로운 것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배신자가 헤르세의 사랑을 받으며 막대한 황금을 차지할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아테네는 무언가를 결심한다.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아테나가 도착한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계곡에 위치한 아주 음산한 집이었다. 그 집은 한여름에도 한기가 돌았고, 모든 것을 잡아먹는 어둠 속에 조용히 도사리고 있었다. 용맹한 전쟁의 여신마저도 들어가기를 꺼려하며 문 밖에서 창 끝으로 문 기둥을 두드렸다. 그러자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내 문이 열리며 세상의 모든 독한 것들이 쏟아지듯,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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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리스 로마 신화 : 헤르메스와 바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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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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