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5. 그리스 로마 신화 : 에우로페
    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1. 3. 18:10

    헤르메스는 질투심에 눈이 먼 여인을 돌로 만든 뒤, 거대한 날개를 펼쳐 천상으로 돌아갔다. 이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 제우스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페니키아로 날아가 왕이 기르는 소들을 시돈이라는 땅의 해안가로 끌고 올 것을 명했다. 이때 제우스는 아들에게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는데, 마음속에 음흉한 계획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르메스가 소들을 이끌고 도착한 시돈의 해안가에는 페니키아의 처녀들이 무리 지어 놀고 있었다. 무리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해안보다 눈부셨다.

    에우로페의 아름다움에 몸이 달아오른 제우스는 서둘러 새하얀 소로 변신해 소 떼 사이로 숨어들었다. 멀리서 소 떼가 다가오자 호기심이 생긴 에우로페는 이를 구경하러 갔다. 소들에게 가까이 다가간 에우로페는 깜짝 놀랐는데, 눈처럼 새하얗고 늠름한 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가 변신한 이 소의 새하얀 피부는 결점 없이 매끈했고, 두 뿔은 마치 사람이 정교하게 조각한 것처럼 빛이 났다. 

     흰 소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에우로페는 꽃을 꺾어 선물로 주었다. 사랑에 빠진 수소는 몸이 달아올랐지만, 애써 참으며 에우로페의 손을 핥을 뿐이었다. 흰 소의 온유한 모습에 에우로페는 경계를 풀었다. 둘은 금세 친해졌고 푸른 초원을 함께 뛰놀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가 등에 올라타라는 듯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에우로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아름다운 소의 등에 올라탔고 제우스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우스는 방향을 틀어 해안가로 나아갔고,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냅다 들어가버렸다. 에우로페는 거칠게 헤엄치는 흰 소의 두 뿔만을 의지한 채 물살을 버텼다. 에우로페는 두려움에 떨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고향의 땅은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먼바다를 지나 크레타 섬에 도착하자 제우스는 변신을 풀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위대한 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번영과 영광을 약속하며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에우로페는 크레타의 여왕이 되었고, 미노스를 비롯하여 찬란한 크레타 문명의 초석이 된 제우스의 세 아이를 낳게 된다.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