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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리스 로마 신화 : 카드모스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1. 15. 10:00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 에우로페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되자 몹시 분노했다. 큰 슬픔에 휩싸인 왕은 총명한 아들 카드모스를 불러 에우로페를 찾아오라 명령했다. 아게노르는 카드모스에게 에우로페를 찾지 못한다면 페니키아에 다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 으름장을 놓았다. 여동생을 찾기 위해 카드모스는 세계를 정처없이 떠돌았으나, 한낱 인간이었던 그가 제우스의 은밀한 장난을 눈치챌 수는 없었다.
끝을 알수없는 방황에 지쳐버린 카드모스와 일행은 결국 에우로페를 찾는 것을 포기한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카드모스는 아폴론의 신전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신탁을 구하기로 했다. 신탁은 카드모스에게 곧 만나게 될 암소를 따라가다가 암소가 멈춘 곳에 성을 짓고 보이오티아라는 도시를 건설하라 지시했다. 신탁을 받고 신전을 떠난 카드모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암소 한 마리를 만난다. 카드모스는 신탁이 말한 그 암소임을 단번에 알아채고 일정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따라갔다.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던 암소가 갑자기 멈춰섰다. 이내 길고 낮은 소리로 한번 울더니 부드러운 풀밭에 누워 자신을 뒤따르던 사람들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일행은 마침내 신들이 점지해준 땅에 도착했음을 깨닫고 기쁜 마음으로 푸른 산과 들판을 둘러보았다. 카드모스는 신들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며 연신 땅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제우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수행원들에게 근처 냇물에서 물을 떠오라고 지시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물을 떠오라 지시받은 수행원들이 돌아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카드모스는 무기를 챙겨 숲속으로 들어갔다. 숲 속으로 들어간 카드모스는 짙게 깔린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고, 냄새를 쫓아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가지 않아 카드모스는 산처럼 쌓인 부하들의 시체를 마주하게 되었다. 꼭대기에는 거대한 뱀이 불처럼 빛나는 눈을 부릅뜬 채 카드모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뱀은 특이하게도 황금볏을 갖고 있었고, 거대한 몸에는 독이 충만하여 퉁퉁 부어있었다. 뱀의 입은 날카로운 이빨이 3열로 가득차 있었고 그 속에서 나온 세 가닥의 혀가 시체들을 핥고 있었다. 눈앞에 무시무시한 괴물을 마주했지만 카드모스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온 세상을 정처없이 떠돌며 그의 몸은 지쳤지만, 그의 용맹한 정신과 눈빛은 손에 쥐고있는 장창만큼이나 예리했다.
"나의 사랑하는 부하들아, 내가 너희들의 죽음을 복수해 주거나
아니면 너희들의 저승길에 동무를 해주마."카드모스는 곧장 옆에 있는 거대한 돌을 집어 뱀을 향해 던졌다. 바위는 숲이 진동할 만큼 강한 위력으로 날아가 부딪쳤으나, 흉갑처럼 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비늘에 막혀 산산히 부서졌다. 큰 소득없이 바위가 부스러지는 것을 본 카드모스는 곧바로 날카로운 창을 뱀의 목을 향해 던졌다. 다행히 창은 두꺼운 비늘을 뚫고 뱀의 장기를 꿰뚫었다. 뱀은 거세게 저항하며 몸부림쳤으나 카드모스가 달려들어 목에 박힌 창을 자꾸만 깊게 찔러 넣었다. 결국 뱀은 얼마 버티지 못해 피를 토하며 숨이 끊어졌다. 그 순간 카드모스의 귀에 분노에 찬 음성이 들렸는데, 이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전쟁의 신인 아레스의 목소리였다. 죽은 뱀은 사실 아레스의 아들인 이스메니오스였고, 아들의 죽음을 본 아레스가 격정에 휩싸여 카드모스에게 복수하리라고 외쳤던 것이다.
격노한 아레스의 음성을 들은 카드모스는 공포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카드모스를 지지하던 아테나가 천상에서 내려와 그에게 이스메니오스의 이빨을 뽑아 땅에 심으라고 말했다. 여신의 지시대로 뱀의 이빨들을 땅에 심자 이빨은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무장한 군인의 모습으로 땅에서 솟아났다. 카드모스는 여신이 조언한 대로 돌을 집어 솟아오른 용아병(龍牙兵)들 사이로 던졌다. 그러자 자기들끼리 시비가 붙은 용아병들은 칼과 창으로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싸움은 계속됐고, 용아병 다섯만이 생존했을 때 아테나가 중재하여 그들의 싸움을 멈추었다. 남은 용아병 중 한명의 이름은 에키온이었는데 다섯 중에서 가장 용맹하고 실력이 뛰어났다. 카드모스는 그들을 동료삼아 아폴론의 신탁에 따라 테베라는 이름의 도시를 건설했고 그곳의 왕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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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리스 로마 신화 : 에우로페
헤르메스는 질투심에 눈이 먼 여인을 돌로 만든 뒤, 거대한 날개를 펼쳐 천상으로 돌아갔다. 이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 제우스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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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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