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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리스 로마 신화 : 세멜레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1. 28. 15:33
카드모스의 손자인 악타이온의 죽음을 두고 천상의 신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했다. 어떤 신들은 아르테미스의 행동이 너무 잔인하다 비판했지만, 다른 신들은 처녀신의 명예에 걸맞은 처분이라 평가했다. 이를 두고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명확한 의견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심은 고소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제우스의 아이를 낳아 자신을 모욕했던 에우로페의 혈통들에게 일어난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라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 카드모스의 딸인 세멜레가 제우스의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헤라는 세멜레의 자궁 속에서 꿈틀거리는 죄악의 증거와 자신을 향한 노골적인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헤라는 세멜레를 완전히 망가뜨릴 잔인한 계획을 고민했다. 이윽고 헤라는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가 하얗고 주름살이 가득한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헤라가 변신을 마치자, 그 모습은 세멜레의 유모인 베로에와 구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헤라는 유모의 모습과 목소리로 세멜레의 집 문턱에 접근해 그녀를 꾀어내었다. 가짜 유모와 세멜레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우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가짜 유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순진한 세멜레가 이유를 묻자 가짜 유모는 경험 많은 노파들이 으레 하는 것처럼 신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가 진짜 제우스가 아닐까 봐 걱정 돼.
많은 남자들이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여자의 침대로 기어 들어오거든.
너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거야.가짜 유모는 그 남자가 제우스임을 증명하기 위해, 천상에서 헤라와 사랑을 나눌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사랑을 나눠보라고 세멜레를 꼬드겼다. 유모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세멜레는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을 요구했다. 사랑에 빠진 최고신은 곧장 그 소원을 이루어줄 것을 약속했고, 심지어는 어떤 소원이든 거절하지 않을 것을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했다. 세멜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소원을 제우스에게 말했다. 제우스는 곧바로 후회했지만, 가장 신성한 강물에 대고 한 맹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제우스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고는 아주 슬픈 표정으로 천상으로 올라갔다.
천상에 올라온 제우스는 구름을 불러 모았고, 자신의 벼락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는 최대한 위력이 약한 번개를 집어 들고서는 세멜레의 집으로 돌아왔다. 인간이었던 세멜레의 몸은 제우스의 선물을 견디지 못했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온몸이 불에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세멜레의 뱃속에 있던 태아는 재가 되기 전에 제우스가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집어넣었다. 아이는 남은 달을 채울 때까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자랐다. 이어서 세멜레의 동생 이노가 그 아이를 받아 요람에서 몰래 키운 뒤, 니사의 님프들에게 아이를 주어 기르도록 했다. 어머니의 자궁과 아버지의 허벅지에서 두 번 태어난 기구한 운명의 아이는 훗날 인간의 피가 섞인 유일한 올림포스의 신이 되는데, 그가 바로 디오니소스이다.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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