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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그리스 로마 신화 : 티레시아스
    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2. 3. 19:59

    티레시아스는 테베 출신의 맹인 예언자이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한 능력이 있었고, 남들보다 7배는 더 살았다고 전해진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티레시아스의 운명이 뒤틀어진 것은 제우스와 헤라의 사소한 말다툼 때문이었다. 하루는 제우스와 헤라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을 때였다. 제우스는 신들의 음료를 한모금 마시며,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여자의 쾌락이 남자의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헤라는 남편의 말을 부정했고, 둘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부부는 학식이 높은 티레시아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최고신 부부가 티레시아스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양성(兩性)을 모두 겪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티레시아스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다. 하루는 티레시아스가 숲속에서 교합하고 있던 뱀들을 막대기로 내려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몸이 반대의 성별로 바뀌었고, 그렇게 그는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 성별이 바뀐지 8년째가 되던 해에 티레시아스는 교미 중인 뱀을 다시 보았고, 또 한번 뱀들을 내려치자 본래의 성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랑중일 때의 남성과 여성의 쾌락을 모두 겪어본 티레시아스야 말로 부부의 논쟁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최고신 부부는 티레시아스에게 판결을 부탁했다. 티레시아스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여자의 쾌락이 남자보다 아홉배는 크다고 말하며 제우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과를 들은 헤라는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여 티레시아스의 눈을 멀게 해버렸다. 이를 본 제우스는 당황했지만, 다른 신의 처분을 되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티레시아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과 7배의 수명을 선물로 주었다.

     

    올림푸스의 신들도 티레시아스에게 지혜를 구하자, 그의 명성은 보이오티아 전역에 널리 퍼져 나갔다. 그가 사람들의 물음에 항상 정확한 답을 내놓았기 때문에, 세상의 많은 왕들과 영웅들이 그를 찾아왔다. 오이디푸스 왕은 테베에 창궐한 역병을 막기 위해 그를 찾았고, 영웅 오디세우스는 긴 방황을 끝내기 위해 그에게 예언을 구했다. 이처럼 그의 탁월한 지혜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증오 또는 전쟁과 평화의 미로 속에서 실마리를 제시해 주었다. 

     

    하지만 인간은 진실보다는 원하는 바를 듣고 싶어했기 때문에 종종 티레시아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 총명한 오이디푸스도 티레시아스의 경고를 무시하며 자신의 운명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오이디푸스는 결국 티레시아스의 말이 거부할 수 없는 진실임을 깨닫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짊어졌다.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두 눈을 멀게한 뒤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게 되었다. 그가 전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의 행동과 선택이 미래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제시해왔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희망을 얻기 위해 예언을 구했지만, 그의 예언은 종종 현실의 암울한 면을 드러내곤 했다. 이는 인간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의 삶이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티레시아스가 했던 가장 슬픈 예언 중 하나는 리리오페의 아들 나르키소스에 관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장수를 바랬지만, 티레시아스가 본 미래는 어머니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나르키소스는 분명히 장수할 것이오
    만약 그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