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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리스 로마 신화 : 헤르메스와 아글라우로스 (2)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3. 12. 31. 18:10
온갖 독한 것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음침한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질투의 여신 젤로스였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식탁에는 반쯤 먹힌 뱀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젤로스는 눈앞에 서있는 찬란한 광채가 감도는 전쟁의 여신을 보자 얼굴을 찡그리며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젤로스의 입가에는 끈적한 독이 흘렀고, 온갖 근심 때문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해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이 지독한 여신이 웃을 때가 있었는데, 바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보고 있을 때였다.
아테나는 그런 젤로스를 내려다보며 아글라우로스에게 그녀의 독을 전염시키라고 명령했다. 이는 젤로스의 입에서 흐르고 있는 질투와 시기심으로 가득 찬 그 독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테나는 말을 마치고는 잠시도 이곳에 있기 싫다는 듯, 창으로 땅을 찍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젤로스는 아테나가 떠나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후 괴로운 신음을 낮게 내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는데, 이는 이번에도 전쟁의 여신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준비를 마친 젤로스는 아테네의 성채 아크로폴리스로 향했다. 질투의 여신이 가는 길에는 질투와 불신이 짙게 남았고, 많은 자연과 가정을 파괴한 뒤에야 아테네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행복하고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에 그녀는 눈물이 터져나올 뻔 했다. 여신은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세자매의 집으로 숨어들어갔다.
젤로스는 눈앞에 자고 있는 아글라우로스의 가슴에 가시처럼 말라비틀어진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글라우로스의 가슴에 가시덤불이 자라더니 끈적한 독이 여인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글라우로스의 폐와 뼛속까지 독으로 가득 차자 젤로스는 그녀에게 어떤 환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니 헤르세가 장차 헤르메스와 결혼하여 누리게 될 영광스런 삶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꿈에서 깬 아글라우로스는 뇌리에 박힌 언니의 행운을 잠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밤낮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신음소리를 냈고 자신의 비참함에 몸부림치게 되었다. 젤로스의 독은 아주 서서히 아글라우로스를 잠식해갔다. 결국 언니의 행복을 볼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아글라우로스는 창문 너머로 다가오는 잘생긴 남신을 보았다. 헤르메스는 이번에도 온유한 말과 기도로 아글라우로스를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언니를 그만 찾으세요.
당신을 쫓아내기 전까지는 절대 비키지 않을 거에요.
- 아글라우로스그러자 헤르메스는 자신의 지팡이를 휘둘러 아글라우로스가 막고 서있는 문을 열었다. 그녀는 이를 제지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갑작스런 중압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그녀의 모든 관절이 점점 뻣뻣해지더니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녀의 몸은 온기를 잃어 차가워졌으며 피가 돌지 않았기 때문에 창백해졌다. 그녀의 혀는 이미 딱딱한 돌이 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글라우로스는 그렇게 제자리에 선 채로 석상이 되었다. 석상의 색깔은 검은색이었는데, 이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 검게 물든 질투가 자꾸만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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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리스 로마 신화 : 헤르메스와 아글라우로스 (1)
헤르메스는 입이 가벼운 노인을 돌로 만든 뒤, 멋진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구름을 가르며 푸른 하늘을 누비던 중, 헤르메스의 눈에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보였다. 도시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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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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