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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 그리스 로마 신화 : 메데이아
    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10. 7. 13:36

    시민들의 분노를 피해 이올코스를 빠져나온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에 정착했다. 코린토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삶은 한동안 평화로웠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사랑했기 때문에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에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는 공주로서의 삶도 포기한 채, 이아손과 낳은 자식들을 정성껏 길렀다.

     

    하지만 이아손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게 점차 냉담해져 갔다. 메데이아가 콜키스를 떠나며 저지른 일들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친동생을 토막 내어 바다에 던지는 모습이 그의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그 기억은 메데이아에 대한 그의 감정을 서서히 냉각시켰다. 이아손은 그녀의 모든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았지만, 그녀의 잔혹한 행위는 그에게 견디기 힘든 짐으로 다가왔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변화를 느꼈지만, 그가 왜 멀어져 가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이아손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괴로운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처음 만난 날, 그녀는 저항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메데이아는 모든 걸 포기하며 자신의 마법으로 그를 도왔다. 마침내 황금양털을 얻던 그날, 감사와 사랑으로 가득 찬 이아손의 눈을 메데이아는 잊을 수 없었다. 아르고호를 타고 함께 극복했던 고난들과, 미래를 꿈꾸며 나눈 대화들은 메데이아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토록 선명했던 추억들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중 코린토스의 왕 크레온이 이아손의 명성에 관심을 가졌고, 그를 자신의 딸 글라우케와 결혼시키려고 했다. 이아손은 처음에는 그 제안을 거부했으나, 부와 권력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결혼을 승낙했다. 그는 메데이아에게 이 결혼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설득했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메데이아는 깊은 절망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떠올렸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자신이 겪은 모든 고난을 생각하자, 그녀의 마음속에서 복수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고통 속에서 메데이아는 다시 한번 어둡고 강력한 마법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크레온의 궁전에서 이아손과 글라우케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준비되던 날, 메데이아는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결혼 선물로 보내며, 그 속에 무서운 마법을 걸어 놓았다.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드레스를 본 글라우케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며칠 뒤 모두가 기다리던 결혼식 날, 글라우케가 왕관과 드레스를 입는 순간, 꺼지지 않는 화염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글라우케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타 죽었고, 크레온 역시 딸을 구하려다가 불 속에서 함께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아직 메데이아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을 떠날 때 느꼈던 슬픔을 이아손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메데이아는 자신이 낳은 두 아들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임으로써, 이아손의 마지막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죽은 아이들을 본 이아손은 절규하며 메데이아를 저주했지만, 메데이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아손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홀로 남겨진 이아손을 뒤로하며 메데이아는 그의 곁을 떠났다.

    그녀의 복수가 이토록 잔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들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이자 위대한 태양신 아폴론은 그녀에게 날아다니는 용이 끄는 수레를 보내어 코린토스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메데이아는 아테네로 피신하였고,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와 결혼하여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이는 영웅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게우스의 잃어버린 아들인 테세우스가 아테네의 궁전에 들어설 때, 메데이아의 운명은 한번 더 뒤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