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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그리스 로마 신화 : 테세우스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4. 10. 16. 14:51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는 자신의 뒤를 이을 자녀가 없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게우스는 델포이의 신전을 찾았지만, 돌아온 건 뜻을 알 수 없는 신탁뿐이었다. “아테네에 도착하기 전에는 술이 담긴 부대를 열지 마라.” 아이게우스는 신탁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트로이젠의 지혜로운 왕 피테우스를 찾았다. 총명한 피테우스는 신탁의 숨은 뜻을 빠르게 간파했다. 이는 아이게우스가 곧 위대한 영웅을 낳게 될 것이니, 낯선 땅에서는 여자를 멀리하라는 경고였던 것이다. 신탁의 진의를 알게 된 피테우스는 한가지 계략을 꾸몄다. 그는 모른체하며 아이게우스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대접했다. 만취한 아이게우스가 잠에 들자 피테우스는 자신의 딸 아이트라를 보내 그와 동침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술에서 깬 아이게우스는 옆에서 자고있는 아이트라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아테네로 돌아가기 전에 커다란 바위 아래에 칼과 신발을 숨긴 뒤 아이트라를 불러냈다. 그는 만약 아이가 태어난다면, 바위를 들어올릴 수 있을 때 자신을 찾아오라고 그녀에게 당부하며 떠났다. 피테우스의 바람대로 아이트라는 신탁이 점지한 아이를 잉태했고, 열달이 흘러 아들을 낳자 이름을 테세우스라고 지어주었다.테세우스의 힘과 지혜는 나날이 성장했고, 마침내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아이트라는 진실을 밝히며 아버지가 남긴 바위를 보여주었다. 테세우스는 주저 없이 거대한 바위를 들어올려 물건들을 꺼냈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테네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테네로 가는 길에는 육로와 해로, 두 개의 길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육지 대신 바다를 통해 안전하게 아테네로 가라고 말했으나, 테세우스는 두려움 없이 육로를 택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몹시 거칠었고 도처에는 악명 높은 악당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테세우스는 단순히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을 통해 아테네의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고싶었던 것이다.
아테네로 가는 길에서 테세우스는 살인에 몰두하는 악당 시니스를 만났다. 시니스는 소나무 두 그루를 구부려 지나가던 행인의 사지를 묶은 뒤, 나무가 다시 튕길 때 그들의 몸을 찢어서 죽이는 악인이었다. 그의 악행에 분노한 테세우스는 시니스를 제압한 뒤, 그가 했던 방식 그대로 그의 팔다리를 소나무에 묶어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이후에도 테세우스는 많은 악당을 만났지만, 압도적인 힘과 지혜로 그들을 모두 응징하며 아테네로 나아갔다. 몽둥이로 행인의 머리를 쳐서 죽이는 페리페테스는 머리를 깨뜨려 죽였고, 절벽에서 사람을 밀어서 죽이는 스키론은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였다. 이처럼 테세우스는 악인들이 자신의 악행을 스스로 감당하게 만들며 아테네로 나아갔다.아테네에 도착하기 전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자가 살고 있는 언덕을 지나게 되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좋은 얼굴로 테세우스를 환대하며 극진히 대접했지만, 그는 무서운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사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붙잡아 침대에 묶은 뒤, 침대보다 키가 크면 머리를 잘라내고 작으면 사지를 늘려 죽이는 악인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강제로 자신의 기준에 맞추며 잔혹한 고통을 주었다. 그의 끔찍한 수법을 알고 있던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와 싸워 그를 제압했고, 그를 침대에 눕힌 뒤 그의 방식대로 머리를 잘라내어 처벌했다. 이 싸움에서 테세우스는 공정한 정의에 대한 교훈을 배웠고,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렇게 테세우스는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마침내 아테네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환대가 아니었다. 아이게우스의 곁에는 계모가 된 메데이아가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테세우스를 제거하려 했다.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를 속여 테세우스가 왕위를 노리는 위협적인 존재라고 믿게 했다. 그녀는 독이 든 술잔을 준비해, 만찬 자리에서 테세우스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운명은 테세우스의 편에 있었다. 그가 술잔을 받기 직전,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가 찬 칼을 보았고 오래전 트로이젠에 숨겨두었던 칼을 기억해냈다. 아이게우스는 소리치며 술잔을 내던졌고, 메데이아의 음모는 실패로 돌아갔다. 메데이아는 더 이상 아테네에 머무를 수 없음을 깨닫고, 마법의 수레를 타고 콜키스로 돌아갔다.아버지와 재회한 테세우스는 마침내 아테네의 왕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백성들은 그의 용맹함을 칭송했고, 아이게우스도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는 미노스 왕이 지배하는 크레타의 사신들이 아테네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옷과 대비되는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왕궁으로 향했다. 크레타의 사신들은 아테네가 9년마다 바치기로 약속한 청년 일곱과 처녀 일곱을 요구했다. 과거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뒤, 혹독한 대가로 젊은이들을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위한 제물로 바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백성들 사이에서 불안과 절망이 퍼져나갔다. 왕궁의 고관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었고, 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이 뽑히지 않기를 간절히 빌뿐이었다. 그때, 테세우스가 일어섰다. 테세우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직접 크레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아이게우스는 걱정이 앞섰지만, 테세우스의 결심은 단호했다. 아버지와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세우스는 제물로 바쳐질 청년들 사이에 당당히 섰다. 그의 모습은 아테네 전역에 희망을 불어넣었으나, 아버지 아이게우스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렇게 운명은 테세우스를 크레타의 금찍한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기다리고 있는 미궁으로 이끌었다.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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