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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그리스 로마 신화 : 아폴론과 다프네 (2)
    한입크기 인물사전/그리스 로마 신화 2023. 12. 14. 18:10

    에로스는 화살통에서 화살 두 대를 꺼냈다. 두 화살은 서로 상반된 성질의 것인데, 하나는 사랑을 불러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쫓아내는 것이었다. 황금빛으로 날카로운 촉이 반짝거리는 화살은 사랑을 불러오지만, 납으로 된 뭉툭한 촉의 화살은 사랑을 쫓아냈다. 에로스는 먼저 황금화살을 아폴론에게 쏘았다. 화살이 아폴론의 뼈를 뚫고 골수에 닿자 그의 마음속에서 사랑이 샘솟았다. 화살이 자신을 관통할 때, 신탁을 주관하는 신인 아폴론은 자신의 운명을 짐작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에로스는 나머지 납화살을 강의 신 페네오스의 딸 다프네를 향해 힘껏 쏘았다. 다프네는 깊은 숲 속을 배회하는 것을 즐기는 님프였다. 그녀는 몸단장에도 관심이 없어서 하나의 머리띠만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대충 묶을 뿐이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이토록 경건한 님프에게도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황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이 다프네를 보자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고 싶어졌다. 오만한 아폴론은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꼭 손에 넣고 싶었다.

    아폴론이 온갖 아름다운 말과 찬사로 다프네에게 다가갔지만, 그녀의 심장에 박힌 납화살은 아폴론을 밀어냈다. 아폴론이 다가갈수록 다프네는 더 멀리 달아났고, 그가 아무리 멈추라고 소리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페네우스의 님프여, 기다려 주오. 나는 당신을 뒤쫓는 적이 아니라오.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이를 피해 달아나는 거라오.
    오, 사랑하는 이여, 땅바닥에 넘어지지 말아요.
    내가 당신에게 상처 입히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 줘요.
    - 아폴론

     

    결국 기진맥진한 그녀는 아버지 페네우스의 강물을 쳐다보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져가 달라고 빌었다. 기도가 끝나자 다프네의 부드러운 유방은 얇은 나무껍질로 변했고 머리카락은 잎사귀가, 양팔은 나뭇가지가 되었다.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자 반쯤 체념한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그는 월계수 가지로 왕관과 화살통을 만들어 치장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 말했고, 다프네도 이를 받아들이며 그들의 비극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당신이 내 아내가 될 수 없다면, 이제 나의 나무가 되어 주시오.
    월계수여, 당신은 내 머리카락 위에, 내 하프 위에, 내 화살통 위에 언제나 있을 것이오.
    - 아폴론

     

    훗날 피티아 게임의 승자에게 아무런 가지나 꽂아주던 것이 월계수 가지를 꽂아 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렇게 월계수에는 아폴론의 찬란함과 슬픔이 동시에 새겨지게 되었다.

     

     

    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