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오 (2)

제우스는 이오의 비참한 울음소리를 더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헤라의 눈이 무서웠기 때문에 제우스는 총애하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아르고스를 죽이라 명한다. 헤르메스는 크기가 제각각인 갈대로 만든 피리를 허리에 차고, 양치기로 변장하여 아르고스에게 접근한다. 헤르메스는 모른 체하며 신기하게 생긴 피리를 불면서 아르고스 옆을 지나갔다. 재밌는 피리소리에 흥미가 생긴 아르고스는 헤르메스를 불러 세운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 옆에 천연덕스럽게 앉았고, 둘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헤르메스는 중간중간 갈대피리로 잠에 들게하는 노래를 불렀지만, 아르고스의 몇몇 눈들만은 끝내 잠재울 수 없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아르고스가 줄곧 관심을 보이던 피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헤르메스는 온갖 사설을 붙여가며 님프 시링크스가 갈대로 변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해댔다. 마침내 거인의 모든 눈이 감기었고, 헤르메스는 품에서 초승달 모양의 칼을 꺼내들었다.

그렇게 아르고스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고, 백개의 눈들은 더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거인이 쓰러지는 소리에 천지가 요동치자, 헤라는 아르고스의 죽음을 눈치챘고 제우스의 짓임을 직감한다. 비통에 잠긴 여신은 아르고스의 눈들을 공작새의 날개에 붙여 거인을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곧장 이오에게 등에떼를 보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이오가 쉬려고 발걸음을 멈추면 곧바로 등에들이 피를 빨아먹었기 때문에, 그녀는 온 세상을 정처없이 떠돌게 되었다.

이오가 이집트의 나일강을 지날 때쯤, 그녀의 비탄과 슬픔을 더는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라에게 사과하며 이오의 고통을 그만 끝내주자고 말했다. 제우스가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하자, 헤라는 마음이 풀렸고 이오를 해방시켜주었다. 

장래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말아요.
이오 때문에 당신이 고통 받는 일은 더는 없을 거요.
- 제우스

 

이오는 아름답던 님프의 모습을 되찾았고, 이집트의 유명한 여신이 되었다. 그녀는 제우스의 은총을 받은 에파포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에파포스는 자신의 혈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기 때문에 이집트 전역에 어머니를 숭배하는 사당을 세웠다. 하지만 훗날 그의 철없는 자부심은 그리스 전역에 비극을 불러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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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